환자의 눈물

저는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걸 좋아합니다. 특히, 진료실에서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즐기는데요, 어느정도 친해지면, 진료중에 커피를 대접하기도 합니다.


(뒤에 기다리는 환자가 없을경우임 ㅋㅋ)

 

 

 

이거~!! ㅋ

 

그런데, 오늘은 30대 초반의 아낙네가 들어오자마자, 울기 시작합니다. 말한마디 시작도 안했는데.....ㅜㅜ 머리 속은 복잡해집니다. 정형외과에서 ANA 약양성이라고 내과 보낸 환자인데, 자기가 죽을 병으로 잘 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내가 첫사랑하고 닮은 건 아닌지... ㅡㅡ;;

 

잘 달래서 물어보니, 여기 저기 관절도 아프고, 체중은 줄지 않고....그런데 정형외과 갔더니, 또 내과 가라그랬다고....자기 신세가 너무 처량하다고....ㅜㅜ 저도 섣불리, 뭐라 위로해 주기 힘들어서... 눈물 닦으라고 티슈만 계속 줍니다.어느 정도 진정되어서, 진료를 시작합니다.

 

언제부터 어디가 아프냐, 잠은 잘 자냐, 어떤 일을 하고, 어느 관절을 많이 쓰냐...혹시 우울증은 없느냐.....여기서 아까보다 더 심하게 웁니다.....끝도 없이 웁니다....말 붙여도 웁니다....죄송하다고.....눈물이 멈추지 않는다고.....괜찮다고....저는 계속 티슈를 공급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커피샵에서 커피 내리는 일을 하는데, 아침 6시에 나가서 오후 2시까지만 일하고, 집에서 TV보고.....특별히 하는 일 없이....."사는게 재미없어요..." 이러고, 또 폭포수 같은 눈물을 흘립니다. 또. 티슈 공급....ㅜㅜ

 

자꾸 울어서 미안하다고....뒤에 환자 없으니깐, 천천히 하고 싶은 이야기 다해보라고.....그래서, 이런 저런 이야기 듣고, 저도 여러가지 이야기 해주고, 내과라서 우울증약은 2개월까지 밖에 처방 못하지만, 적당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고, 취미생활 하면 훨씬 좋아질 거다, 앞으로, 무슨일 있으면 내과 와라....다독이고, 우울증약 처방해서 보냈습니다.

 

나가면서, "선생님 복 받을거예요.." 저도 눈물날뻔 했습니다.

 

요새 대통령 좋은 분 만나서,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하지만, 사람 좋은 것과 나라 제대로 설계하고 완성하는 것은 다릅니다.

 

물론, 잘 하시리라 생각하고, 믿고 있지만....노동이 천시받지 않고, 제대로 보상 받으며, 최소한의 인권이 보장되고 특별한 이유 없어도, 사는게 행복 할 수 있는 나라...그런 나라에서 하루 빨리 살아보고 싶네요.

 

젊은 친구들, 힘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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